금붕어의 기억력은 3초다?

우리는 흔히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한테 "기억력이 3초인 금붕어보다 못하네"라고 하며 놀리곤 합니다.

그런데 과연 금붕어의 기억력이 정말로 3초일까요?

사실, 이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퍼져 있던 이 오해는 여러 실험들에 의해 반박되었고, 현재는 금붕어도 나름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금붕어의 기억력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겠습니다.

금붕어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좋다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한 달 동안 금붕어에게 특정한 소리를 들려주며 먹이를 주었고, 이후 5개월간 소리를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5개월 이후 그 소리를 다시 들려주었을 때, 금붕어는 다시 먹이를 주는 장소로 되돌아갔습니다.

이는 금붕어가 5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기억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2015년에 미국 YNA 연구팀에 의해 진행된 연구에서는 금붕어의 기억력을 더욱 명확하게 증명했습니다.

연구팀은 금붕어를 일정한 미로에 가두고 먹이를 찾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먹이를 찾는 데 410초가 걸렸지만, 21일이 지나자 30.19초로 시간이 대폭 줄었습니다.

금붕어가 미로를 기억해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실험이 끝난 후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미로에 넣었습니다.

그 결과 한 달이 지난 뒤에는 189초 만에, 두 번째 달에는 36.55초 만에 먹이를 찾았고, 여섯 번째 달에는 여전히 미로를 기억해 내며 심지어 12.85초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금붕어는 동료 금붕어와의 관계도 기억한다고 합니다.

호주 과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두 금붕어가 싸웠을 때 패배한 금붕어는 이긴 금붕어를 피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만약 기억력이 3초밖에 되지 않는다면, 패배한 금붕어는 마주칠 때마다 싸움을 벌였을 테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기억을 하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행동은 본능이 아닌 기억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놀라울 만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금붕어는 먹이를 주는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한다는 사실을 금붕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먹이를 주는 사람이 다가오면 금붕어는 활발하게 헤엄치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는 금세 도망쳐 버리곤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금붕어는 단순히 기억하고 인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습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배우기도 합니다.

금붕어를 훈련시켜 손가락을 따라오게 하거나, 미로를 통과하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심지어는 공을 굴리며 축구를 하는 금붕어도 있다고 하니, 그들의 학습 능력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금붕어가 단순한 반복 행동이 아닌, 학습을 통해 적응하고 배우는 능력을 갖췄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똑똑한 금붕어가 왜 기억력이 3초라는 오해가 생겨났을까요?

아마도 그들의 작은 뇌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고기의 대뇌피질은 인간의 2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금붕어의 인지 능력과 기억력이 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금붕어의 기억력이 인간만큼 복잡하거나 지속적이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금붕어의 작은 뇌가 크기의 한계를 넘어 그 이상의 일을 해낸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렇듯 금붕어는 그저 3초의 기억력을 가진 생명체가 아니라, 경험을 기억하고 적응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생명체로 볼 수 있습니다.